2016.9.17 토요일
#1
먹구름 아래로 향하는 기차 안.
햇빛이 없어서 사진 찍으러 나갈 맛이 안난다고 투덜거릴 때는 언제고 너무 화창하다면서 도망치고 있다. 맑은 날에 사진이 잘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역으로 향하는 길에 중얼거렸다. 지루하다. 너무 평범하잖아. 기차를 타는 승강장에서 푸른 하늘과 차양 틈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맞으면서도 너무 평범해서 지루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한다. 언젠가는 갈기갈기 찢어질 것을 알면서도 태풍 속으로 내달리는 순간이 있겠구나.
비구름이 몰려올 때의 그 긴장감이 좋다. 땅을 두드리는 그 빗소리의 울림이 좋다. 그리고 비구름이 물러나는 그 순간, 대비대외는 색과 공기의 흐름이 정말 좋다. 그런데 도무지 비가 오지 않으니 갤 일도 없다. 어쩌면 이건 내 삶일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일상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길을 찾아, 바람을 찾아, 사람을 찾아 계속 떠돌게 될지도 모른다. 태풍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들이 내 삶의 연속일지도.
'집'으로부터 홀로 멀어질 수록, 내 안의 말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떠난다는 것은 소설의 첫 페이지와 같다.
#2
집에서 군산을 가려면 기차도 환승을 해야한다. 천안아산역에서 갈아탔는데 갈아타는 곳이 좀 헷갈렸다. 잘 적어놓고 올려야지 했는데 시간이 너무 지나서 잊어버렸다.. 알아서 잘 타야한다:)
#3
군산에 도착하니 화창한 날씨는 전혀 없고 비가 뿌려지고 있었다. 너무 신이 나서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보다가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숙소를 잡은 장소는 히로쓰 가옥, 동국사 근처여서 바로 택시를 타고 들어가기로 했다. 요금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4
원래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전통 가옥에서 1박을 하고 싶었으나 계획없이 온 여행이라 이미 만실이었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보던 중 발견한 '소설여행' 게스트 하우스. 나름대로 괜찮겠지 하는 기대로 예약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기대보다 더 좋았다!!! 사장님 어쩜 이렇게 잘 꾸며놓으신건가요ㅠㅠ 대단하십니다ㅠㅠ 그래서 안내받고 들어간 초반엔 한참 사진을 찍으며 감격했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운치도 더해진 공간들.
#5
대문 색이 예쁘네 하고 걸어왔는데 귀여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나와있었다. 역시 마당에서 자라는 멍멍이들의 꼬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줄이 짧게 되어 있어서 뛰쳐나오진 못했지만 그 자리에서 온 몸으로 신남을 표현해주던 강아지:) 얼굴도 예쁘다:)
동네를 좀 걸어다니다 히로쓰 가옥에 도착했다. 개방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부관람이 어려워서 한 번 슥 둘러보고 나왔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군 직접 가서 봐야겠어' 라고 했는데.. 그것이 나중에 현실이 될 줄이야ㅎㅎㅎ말하는대로오~
#6
유명하다는 이성당에 가서 빵을 몇가지 사들고 밤 산책에 나섰다. 티비에 나왔다는 안젤라 분식에 가볼까 했으나 늦은 시간이라 이미 문을 닫았더라ㅠㅠ ( 이후 다녀온 동생의 말에 따르면 자기는 군산에 안젤라 분식을 먹으러 간다고ㅎㅎ)
관광지 같은 곳인데 비까지 오니 저녁엔 한적한 길이 되었다, 비바람이 치던 바람~~
#7
그 와중에 야간까지 열려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의미있게 잘 꾸며져있던 곳.
당시 군산의 상황이나 어떤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었는지 쉽게 설명이 되어있고 그 때의 물건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볼거리가 많았다. 이 쪽으로 간다면 한 번 들러봐도 좋을듯:)
#8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가 짬뽕을 먹겠다던 나의 다짐은 7시까지라는 팻말에 좌절되었다. 룰루.
그렇지만 이성당 빵도 먹었고, 근현대 건축물의 야경도 봤고, 귀싸대기를 날리다 못해 우산까지 뒤집는 바람도 맞아보고, 짬뽕집을 향해 무식하게 걸어도 봤다. 숙소가 좋아서 2-3일은 더 묶고 싶은 곳 군산. 도시 자체는 여느 장소들과 비슷한데 바닷가+근현대 건축물이 참 매력적이다. 아, 그리고 또 잊었었는데 이런 지역은 모두 일찍 문을 닫는다.. 모두..
지나가다 '고우당' 숙소를 봤는데 진짜 이쁘더라. 물론 뒤의 아파트는 정말 압도적이었지만ㅎㅎ 다음엔 고우당에서도 하루 묵어보고 싶다.
#9
지루해서 떠나왔는데, 조금 지나니 또 다시 익숙해진다.
아아 익숙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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