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 - 전주역 - 게스트하우스(나무그늘) - 전동성당 - 오목대 - 한옥마을 산책 - 왱이 콩나물국밥 - 게스트하우스
#1
생각보다 아침에 출발이 늦어졌다. 손님이 오실 줄이야.. 게다가 늘 그렇듯 난 느릿느릿 준비했다.
언니가 쉬는 날이라 함께 영등포에 가기로. 덕분에 왕만두도 얻어먹고 스벅에서 블랜드..... 이름이 기억 안나는 맛난 음료도 얻어 먹었다.
밍기적 거리다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뒤 기차역까지 내달려서 간식히 기차를 탔다. 처음부터 여전했다.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졸려서 잠들었다. 시즌이 지나서 텅텅 비어있는 열차:)
자다깨서 숙소를 예약하고 이것저것 계획을 짜는데.. 오마이갓.
순천패스.. 순천만 노을 하나 보겠다고 너무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아서 일단 뺐다. 일단.
그리그로 나서 멘붕... 순천->경주 의 구간이 아예 없다ㅋㅋㅋㅋ
두 다리 건넌 열차선이라 한 번에 갈 수가 없었다. 처음하는 기차여행의 폐해ㅋㅋㅋㅋ
어디갈지 계속 생각중...
#2
'전주'라 쓰고 '전주 한옥마을'이라 읽는다ㅎㅎ
사실 한옥마을 때문에 전주를 선택했기 때문에ㅎㅎㅎㅎㅎㅎㅎㅎ
전주역에 내렸을 때 첫 느낌은.. 글쎄.. 무사히 왔군!! 이었다.
검색으로 숙소로 가는 길도 잘 익혔고, 시골이나 지방에 대한 거부감이나 낯설음이 나에겐 너무나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거리의 풍경은 왠지 강릉과 대전의 한 귀퉁이 같았다.
중앙시장역에서 버스문이 열리고 닫힐 때 들어오는 참기름 냄새,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시는 어르신들,
승객의 비율이 젊은이보다 어른이 더 많은 것,
왠지 새롭지 않았다.
새로운 건 걸을 때마다 더 무거워지는 것 같은 내 짐의 무게였다ㅠㅠ
#3
모르는 길이라 그럴까. 숙소를 찾는 길이 참 멀게 느껴졌다.
도착해보니 숙소는 굳 :)
좁은 계단을 올라 베란다 문 같은 문을 여니 작은 방이 있고, 그 안에 침대 4개가 놓여있다.
야호 1인실이다ㅋㅋㅋ
#4
어디갈지, 어떻게 가야할지 지도를 펴고 살피는데 생각보다 넓게 분포한 장소들에 당황했다.
다 돌아다녀 본 지금이야 가깝다는 걸 알지만.. 지도로 마주하니 멀어보였다.
해가 지고 있어서 먼저 가까운 베테랑칼국수를 먹고 구경하기로 했는데.. 금일(월)휴업....
뭐시라.. 감기가 점점 밀려들고 있어서 뜨끈한 것 좀 먹고 싶었는데ㅠㅠ
#5
칼국수를 내일로 미루고 전동성당을 들렀다가 오목대로 향했다.
길이 단순하긴 한데 나는 길치라서.. 한 바퀴 헤맨 뒤 매직아워를 위해 서둘러 올라갔다.
오목대는 그 자체가 볼거리라기보다는 올라가는 길목과 그 근처에서 보는 전주한옥마을의 전경이 더 좋았다.
#6
노을지는 하늘을 보고 있는데 순간 울컥했다. 질문이 던져졌다.
'너 여행 왜 왔니?'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정과 상황들, 감기 때문에 점점 나빠지는 컨디션.
말은 자유로운 여행, 안되면 안되는 대로 가지 뭐 했지만 막상 부딪히니 그게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이 여행에 가장 큰 의미를 '다녀오는 것 자체'에 둔 것이 날 괴롭혔다.
내일로라는 것을 다녀오면 무슨 훈장이라도 하나 딴 것 마냥,
블로그에 올릴 것이 생기고, 혼자 기차여행을 했다는 타이틀이 생기게 되고..
그런 것들이 목적이 되다보니 뭔가 좋은 것을 보고 찍어 남기고,
더 잘 여행해야한다, 더 나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무게가 날 점점 누르고 있었나보다.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그렇게 조금이나마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꼭 남들이 전주 내일러라면 이 정도는 가봐야 한다 하던 장소가 아니라도 즐겁고,
멋진 사진에 매달리기보단 내 눈에 보이고 들어오는 시선들을 찍었다.
누가보면 이딴 걸 왜 찍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내 2013년 24살의 여름이고, 여행이며 삶이다.
효율적으로 관광을 하지 못했지만 내일이 있고,
전주에만 있다가 가게 되더라도, 계획한 곳을 다 가지 못하더라도 좋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니깐.
오늘 못가면 내일가고 내일 못가면 다음에 다시 오지 뭐. 괜찮아.
오목대 밑 카페에서 들려오던 라이브 연주.
계속 틀리셔서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추욱 가라앉은 나에게 장난스럽게 위로를 전하는 듯했던 그래서 참 좋았던 시간 :)
#7
관광객이 거의 없는 월요일 저녁의 한옥마을은 산책하기에 너무 좋았다.
한적하지만 사람들이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감기는 한창이었다....ㅋ
다행히 약국이 있어서 감기약을 사러 들어갔는데...
할머니댁에서 보던 현관샷시와 나무찬장과 선반들 그리고 백발의 약사 할아버지.
#8
드디어 먹으러!!!!!!! 감기 기운에 찾아가서 어떻게 갔는지ㅎㅎ
알딸딸한 기분으로 기억나는 길거리와 콩나물국밥♡
끓지 않길래 그냥 먹었다가 입안이 다 데일뻔 했던 콩나물국밥 :)
술은 거의 안먹지만 왠지 먹고 자면 감기가 나을 것 같아서 주문한 모주 :)
늦은 저녁, 넓은 식당에 젊은 처자 하나가 그지같이 흡입하는게 안쓰러우셨는지..
다 먹을 때쯤 '밥 좀 더줄까?' 하고 넌지시 물으시던 아주머니 ㅠㅠ
어머니ㅠㅜㅠㅜㅠㅜㅠㅠㅠ
반사적으로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내 스스로가 너무 짠했다.
너는 왜 여기까지 와서 감기에 골골거리고 있니ㅎ_ㅎ
#9
밤이 쌀쌀해서 이불을 두툼하게 바꿔주신다는 친절한 게스트하우스 주인분의 문자를 받고 행복해하며,
밥먹고 나서도 여기 저기 쏘다니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잠이 들어버렸다ㅎㅎ
1시간정도 기절했다가 일어났더니 왠지 살빠진 기분 꺄아>_<
이제 계획을 좀 짜고! 아침을 위해 다시 자야겠다.
안녕 오늘,
안녕, 새로운 오늘!
2013. 9. 2 월요일
pm12:54 |
영등포 기차 탑승 |
4:05 |
전주역 도착 |
5:00 |
나무그늘 숙소도착 |
6:30 |
짐풀고 계회 |
6:45 |
전동성당 |
7:10 |
오목대,노을 |
8:50 |
한옥마을 산책 |
9:00 |
왱이 콩나물 국밥 |
9:40-10:30 |
기절 |
11:00 |
씻고 정리 |
폰액정 필름 |
-4,000 |
숙박 |
-20,000 |
감기약 |
-2,000 |
물 |
-750 |
왱이(국밥+모주) |
-7,000 |
합계 |
33,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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