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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일본

여행 3일차 - 그림같은 시라카와고

by 저널리 2018. 6. 5.





#1

분명 알람을 맞춰뒀는데 알람이 아닌 소리가 들려왔다.

휴대폰 알람으로 눈을 뜨려 했던 여행자를 가소롭게 여기는 듯 들려오는 익숙한 음악.

왠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는 아침.







할머니 댁에서 눈을 뜬 줄 알았던 천장








몇 분을 더 뒹굴거리다가 창문 틈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세수도 않고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1층에 드는 아침 햇빛:)








사진을 볼 때마다 그 아침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고요해진다








목적지의 반대쪽 길이 너무 예뻐보여서 계속 눈에 밟혔으나 사진만 찍고 목적지로 향했다

하지만 도무지 사진에 담기지 않아 기억 속에만 선명하네








여행에서의 하루는 뭘 해도 좋을테지만 역시 날씨가 화창한 쪽이 조금 더 좋다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땐 특히나.























일본의 여름은 어마어마하게 습하다고 들었는데 시라카와고의 경우 해발 500m 정도, 주변엔 해발 1600m~2000m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비교적 시원하다고 한다. 대신 분지 형태라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이며 이 때문에 갓쇼즈쿠리(합장 모양의 지붕 가옥)로 유명하다.

물론 8월 땡볕에 돌아다니면 통구이가 되어버리지만.. 그늘은 시원하다.








실제로는 더 눈부신 경관이었다








전통가옥 외에 일반적인 집의 형태도 많이 있다








아침 산책의 목적지는 관광객이 없는 시간의 전망대

아직은 그늘이 많은 때라 걸어 가기에 괜찮았다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니 이른 아침임에도 몇 가족이 차를 타고 나와있었다.

전망대는 사유지라 개방하는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앞 도로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휴대폰으로 찍어서 쨍한 사진은 아니지만 눈으로 보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라 다행:)















마을 자체도 예쁜데 아침빛에 더욱 선명해진 산과 나무의 선들, 파란 하늘과 구름이 모여 오히려 그림같았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저 길에 있다가 올라왔음에도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길래

현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안 씻은 나를 같이 찍어뒀다:)















그냥 집 앞

왜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림같다고 표현하는지 실감하는 여행이었다..









#2

체크 아웃을 하고 다시 화창한 마을로 나왔다.


여기서 이 시간에 낚시라니.. 너무 부럽잖아!!








길마다 바닥에 있는 장치에서 물이 나온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어떤 글에 보니 겨울에 길이 얼지 않도록 24시간 물을 흘려보내기도 한다더라.

그렇게 용수가 많은 것도 신기하고 길마다 어떻게 설치했을지도 신기하고.

(나중에 보니 다카야마에도 이런 장치들이 있었다)








http://shirakawa-go.org/livecam/

생각보다 찾기 쉬운 위치에 있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드디어!

가장 가까운 길에서 얼쩡대는 형체가 나다ㅋㅋㅋㅋㅋㅋ

아유 너무 신나ㅋㅋㅋㅋㅋ

언니와 동생에게도 주소를 알려주며 저 앞에 사람이 나라며 주절주절ㅋㅋㅋ








하늘이 맑아서 어제와는 또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8번 건물의 뒷길로 가면 신사와 이어지는 산길이 나온다

조용하고 반짝이는 길에 감탄하며 걷고 있는데 길 한쪽에 뱀이 보였다..

파충류를 무서워하진 않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뱀이라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빠르게 도망쳤다

혹시 이 길을 가게 된다면 꼭 길 정중앙으로 걷기를..















시라카와 하치만 신사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예뻐서 잠깐 영상을 찍었는데 20초동안 불 속에 발을 넣어두고 있는 줄 알았다

허허 신나는 여름휴가






















시라카와고의 맨홀 뚜껑








별다른 건 없는데 왠지 마음에 들어서 한참 쳐다본 장면








#3

볕에만 걸어다녔더니 너무 지쳐서 마을 중심에 있는 휴게실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곳에는 Free Drink라고 물 마실 곳을 마련해놨는데 정수기에 연결된 스테인리스컵 하나로 계속 사용하게 되어있었다.

남자가 아이를 부르더니 물을 마시자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컵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다.

음? 보통 우린 공공장소 물건을 쓸 땐 한 번 헹구고 쓰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이와 물을 마신 뒤 남자는 옆에 있는 씽크대에서 컵을 씻은 뒤 올려놓는다.

어..?

생각하지 못했다

사용 전 헹구고 사용 후 그냥 두고 갈거라 생각했고 간신히 사용 전에 헹구고 사용 후에 헹구는 것 까지 생각해봤는데..

바로 사용하고 사용 후에 헹궈놓다니.

이건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렇게 해 놓았을 것이라는 신뢰 없이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는 행동이 아닌가?


다른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여 계속 앉아 있었으나(사실 지쳐서 움직일 수 없어서)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외국인들은 무리지어 다니거나 물을 사먹는 쪽이 많아서일까

단 한명이라 민족성 사회성을 운운하기엔 어림도 없지만 내겐 신기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다 쓴 500ml 페트병을 작게 구겨서 가방에 집어넣어 갔다...


한 가지 더

이 나라는... 쓰레기를 버리는 시스템이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걸까

관광지는 물론 일반 도시에서도 길가에 쓰레기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가 너무 많은건가?

쓸일이 없어서 버리려고 했던 몇 장의 여행 안내서는 꽤나 오래 내 짐 속에 있었다.


그리고 분리수거를 정말 철저히 한다.

관광지, 게스트하우스 할 것 없이 모두 무조건 분리수거인데 지켜보면 버리는 사람 또한 굉장히 신중하게 지킨다.


며칠 전, 이전과 달라진 비닐 분리수거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냐며 귀찮아서 그냥 다 종량제에 넣겠다는 주변인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아무리 분리수거하고 자원을 아껴도 지구는 미국이 죽일 것이다 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어봤지만

분리수거를 하느냐 하지않느냐에 앞서 자원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고민이 적다는 게 참.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








숙소 앞 편의점

버스를 타고 나오며 아쉬운 마음에 찍었다



하루쯤 머무른 시라카와고

누가 몇시간이면 다 본다고 했냐 난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네.

겨울 라이트업 사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지만 왠지 여름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여름에 오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