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 아침
#1
어제 가족 손님이 있다며 조식 시간은 몇시로 하고 싶은지 상의 해 주신 덕분에 혼자 조용히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티비에서나 보던 일본식 방에 앉아
일본 tv를 틀어놓고
일본식 밥상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너무 신기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고 찍은데 또 찍고 혼자 난리난리.
쟁반에 빈 자리가 있길래 뭘까 했는데 뒤에서 할머님이 손수 국을 가져다 주셨다.
허리는 반쯤 굽으시고 한 걸음이 조심스러운 나이대의 할머님이 요리를 해 주시고 가져다 주시는 상황이라니..
내 돈 내고 내가 먹는 밥이지만 왠지 모를 황송함이 폭발했다..
차라리 절 시키세요ㅠㅠ
반찬은 첫 날 도시락과 비슷하게 전체적으로 짭짤한 간으로 조금씩 덜어져 나왔다.
앞에 있는 종지에 우메보시도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우메보시!!)
말로만 듣던거라 안먹었다...
예상치 못한 맛일 것 같아서 도전하지 못함...
티비에서는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어떤 배우가 잘못을 했는지 취조같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흰 벽 앞에 서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상당히 새로웠다.
(그리고 찾아보니 불륜이었다고 한다...)
양이 적어보였는데 싹싹 먹고 나오니 기분좋게 배가 불렀다.
부담스러운 종류가 없어서 그런듯:)
체크아웃을 하러 짐을 챙겨 나오는데 방에 햇빛이 든다.
나올 때 보니 욕실 복도 앞에는 작은 정원이:)
이튿날도 날이 맑았는데 내가 반바지를 입고 길을 나서려니 할머님이 걱정어린 말투로 뭔가를 말씀하신다.
눈치상 이 더위에 이렇게 입고 가면 다 탄다~~ 더워서 우짜누~~ 이런 느낌.
뭔가 할머니는 어딜가나 비슷한 느낌인걸까
당일 예약한거치고 너무 잘 지내서 (받아주신 것 만으로 감사하다)
김이라도 보내 드리고 싶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네....
#2
짐은 역 보관함에 맡기고 날이 좋으니 신사 쪽으로 가볼까
너무 더우니까 시원한 음료수와 함께
10초만 발을 내딛어도 불에 타는 듯한 햇빛이었지만 하늘이 예쁘고 바람도 뜨겁지 않아서 견디며 영상찍기
영화를 보고 왔으니 그 구도대로 사진을 찍어본다
영화보고 온 여행 아닌데 (오덕오덕)
다카야마 본선이 지나는 히다후루카와.
이번엔 건널목에서 기차를 봤다
#3
신사에서 내려와 이 골목 저 골목을 걷다가 다시 수로가 있는 길로 왔다.
어제부터 눈에 띄는 고로케집 앞을 서성이다가 이내 하나 사먹었다.
고로케 집에서 파는 맥주는 가격이 좀 비싼 것 같아서 슈퍼를 찾아 헤매는데 슈퍼가 보이지 않는다.
동네 작은 슈퍼를 발견했으나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하여 다시 헤매기 시작.
역시나 길치라 찾지 못하고 역까지 걸어가서 자판기 탄산음료를 사먹었다. ㅂㄷㅂㄷ
#4
타는 듯한 더위에 걸어다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대기실에 앉아 한숨 돌리며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 역 건물로 들어가기 전.
사랑스러운 마을을 뒤돌아보며 '나 때문에 맑은 하늘 내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 비 좀 와도 돼' 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러자 후두둑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들..!
아직 하늘은 쨍쨍한데!
그렇게 말한 뒤 비가 오니 왠지 더 미안해졌다.
맑고 예쁜 모습 보여줘서 고맙다 히다후루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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