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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제주

2015 6월의 제주 - 둘째날

by 저널리 2017. 5. 26.

2015/6/14 일요일

 

 

 

 

 

 

 

 

#1

오후 1시 16분.

나는 지금 서귀포 중앙도서관에 있다. 내가 생각해도 여행와서 도서관이라니 싶지만.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다가 지도에 보이길래 그냥 왔다. 사실 일정을 계획할 때 바닷가나 가볼만한 도서관이 있으면 여행루트에 포함시키려 찾아봤는데 한라도서관 혹은 기적의 도서관이 검색 결과의 대부분이었다. 한라도서관은 북쪽에 있고,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이라서 그냥 포기했는데 결국 여길 오게 되었구나. 그런데 왜 이 시간에 도서관에 앉아 이걸 쓰고 있느냐 하면.. 아침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행 버릇 : 아침에 눈 뜨면 보이는 창문의 사진찍기. 아침에만 느껴지는 이 분위기가 좋아서.

 

#2

옆 침대의 자매님이 초반에 너무 코를 고셔서 11시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난 3시간 반만 자고 나와서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잠이 잘 안왔다. 그리고 나서 눈을 뜨니 5시 반. 알람은 6시 반인데... 초반 30분은 띵한 머리로 비몽사몽이었고 정신이 좀 들고나서는 일정에 대해 검색을 했다. 그리고 씻고 나와서 동네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내가 구름을 몰고 다니는지 마을은 안개에 덮여있었다. 이런 흐린 날씨는 오히려 초록이 아름답더라

 

 

 

 

 

 

 

 

 

 

 

#3

 8시가 좀 넘어서 조식을 먹으로 숙소로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결정했다. 다시 금능에 가기로. 이 아침에도 버스가 다니더라! 짐을 가지러 들어가면서 토스트를 주문하고 재빨리 배낭을 챙겨서 나왔다. 급하게 먹는 와중에도 토스트는 참 맛있었고.

 

 버스가 곧 올 것 같아 종이컵에 담아주신 커피를 들고 정류장으로 튀어나왔다. 이제보니 제주 버스에서 3분뒤라는 뜻은 잠시후 도착이긴 한데 3분이 걸릴 예정이라는 뜻이었다. 토스트와 커피를 마저 먹고나니 버스가 왔다. 40여분을 달려 다시 도착한 금능. 금능 해변보다는 재릉초가 목적이었다 ―그 와중에 짐은 왜 어제보다 무거운 것일까― 가지말까, 사진으로 봤으니 됐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버스타고 금방인데 다녀오자!! 싶었다. 다행히 일요일이라고 막아놓지는 않았다. 배려의 길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가니 푸른 운동장이 펼쳐졌다. 연신 헛웃음과 말도안돼 를 외쳤다. 입구도 아름답고 잔디 운동장에 트랙도 설치되어있는데 잔디밭 놀이터와 산책길도 있다. 텃밭들과 닭,토끼가 사는 우리도 있다. 진짜 말도 안돼. 학교건물보다 세배는 높아보이는 야자수도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다. 베낭을 건물 구석에 내려놓고, 사진을 찍고 그네도 타고 멍 때리기도 하며 한 바퀴를 돌고.. 버스 오는 시간에 맞추어 나왔다. 사랑스러운 학교!


 

 

 

 

 






#4

 버스를 타고 모슬포항 근처에 내려서 마라도 구경 간식거리를 좀 사고 물!! 도 드디어 샀다. 그리고 여객석 대합실을 찾아갔는데...

읭? 결항? 9:50 배는 들어갔는데 그 다음 11:45 배가 결항이란다. 나오는 것도 12:30배는 12시쯤 되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귀찮아서 대합실에 앉아 서프라이즈를 시청했다.

 

깨달은 몇가지.

첫째, 마라도 행 배는 사전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현장 예매는 거의 선착순 몇자리만 가능하다. 주말이라 더 그런 듯. 사전예약을 하면 결항시 문자나 전화로 연락이 온다.

 

둘째, 모슬포-송악산 은 버스로 이동이 '불가'하다고 보는 게 맞다(2015년 당시 기준) 송악산은 버스로 가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래서 다음에 제주에 올 땐 면허를 딴 뒤 렌트를 해서 오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결국 마라도와 송악산, 10코스틑 버렸다.. 금능을 가지말고 9:50배를 탔어야 했나 하고 잠시 후회를 했지만 이 구린 날씨에 마라도에 갇힐 뻔... 할 수도 있었음을 깨닫고 후회를 멈췄다. 오후가 되면 날이 좀 좋아지니까 갇히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그땐 송악산에 갈 생각에 시간이 지체될수록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제일 이상적인 루트는 '금능'에서 '저지리'로 들어가 '저청중앙교회'를 갔다가 '생각하는 공원'을 가는 것. 하지만 사실 이것도 버스로 할 짓은 못 되어서... 언젠가 다시 올 여행에.....여길 언제 또 오려나.

 

 

그리하여 나는 모슬포 - 서귀포터미널 - 서귀포 중앙도서관에 있다. 근데 서귀포 여기 좀 좋은 듯. 날씨가 매우 덥지만 뭔가 좋다. 아마 옛날 강릉 살 적에 다니던 도서관 처럼 책장이 모두 나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다행히 서귀포는 먹을 데가 많아서 어제처럼 굶지는 않을 듯하다. 날씨가 좀 밝아져서 해변을 가보고 싶지만.. 있나 해변이..? 짐이 너무 무거워서 쉽게 걷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혹시 다음에 또 차 없이 제주도를 오게 된다면 <티셔츠2 바지2 속옷 세면도구 카메라 다이어리> 만 챙겨서 여기저기 버스 타다가 발길 닿는대로 내려서 다니고 싶다. 책 2권은 진짜 오버였다.

 

벌써 2시다. 어디로 갈까나. 우선 숙소에 짐을 놓고, 속골을 가든지 1청사(정방폭포,올레시장)으로 넘어 가든지.

제일 좋은 건 숙소 - 속골 - 해물라면 - 정방폭포/올레시장.

그리고 내일 행복한 시저네(자녀가 학교에 갈 때만 여시는 곳ㅋㅋㅋ) 가야지. 먹는 계획을 하나도 안 세워서 괴롭다.. 옥돔구이 안 먹고 가면 혼날 것 같은데 으엉

짐.. 버리고 싶다.

 

 

 

 

 




 

 

 

 

 

 

#5

 도서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못가서 내렸다. 이제 등 좀 기대볼까 했더니 내려야해서 당황했다. 숙소가 아주 바람직한 곳에 위치하고 있구나. 시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다가 가는 버스도 많고 몇 정거장 안되고~ 좋다. 여러갈래의 길이라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데, 큰 키의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골목길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길목마다 안내 표시가 있어서 헷갈리지 않고 찾아 들어가는데, 와.. 이게뭐야. 너무나도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인기척이 없길래 주인분께 짐만 놓고 나가도 되는 지 여쭤보고, 6인실 예약이라는 기억에 따라 침대에 짐을 두고 나왔다.

 

(하..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맨 안쪽 1층 쓸걸.. 1층은 너무 잘 보여서 2층 창가에 짐을 두고 왔는데, 이제서야 어제 2층에서는 짐 풀기가 매우 귀찮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젠장, 화장실 앞이라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만 했어... 몰라~ 어차피 오늘은 기절하듯 잠들 것 같으니까)

 

 

 

 

 

 

 

 

 

 

 

 

 

 

 

 

 

 

#6

 어쨌든 짐을 두고 나왔다. 바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올레 7코스가 등장했다. 왼쪽으로 쭉 걸어가보니 나의 목적이자 점심메뉴인 해물라면 파는 곳이 있었다. 듣던대로 가게라기엔... 포장마차..? 도 아니고 노점이라 할 만한 장소였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가지말라던 블로그 글이 떠올랐다. 하지만 애초에 나란 인간 위생,청결 그런 것과 별로 상관없는 인간.

 

 바다가 잘 보이는 쪽에 앉아 해물라면을 주문했다. 어른들은 보통 해산물과 소주를 드시는 것 같았다. 크으 나도 소주~가 맛있었으면ㅋ(허허허 어린이시절이군 지금은 약간 맛있다. 고기+소주 예에에) 라면을 기다리는 동안 직통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내 머리는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냥 좋았다. 바람에 섞여 흩날리는 바다냄새. 라면냄새, 담배냄새ㅋ 내는 괜찮데이.. 기다린 시간보다 흡입한 시간이 더 짧았던 것 같지만 상관없다. 맛있으니까. 간판도 없는 곳에서 사투리가 들려오고, 장아찌가 맛있고, 해물라면이 맛있으니까. 바닷바람도 맛있어ㅠㅠ 한 가지 함정이 있다면 소라를 못 먹었다... 내장 쪽은 먹는게 아닌가?! 싶어서 반대쪽을 베어물었는데... 그쪽도 비렸다. 할머니께 혼날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입에도 못대게 비리더라.. 젠장.

 그런데 뭐랄까. 나이가 먹긴 먹었나보다. 전에 여행다닐 땐 학생- 이라 주로 불렸는데, 이젠 아가씨-라고 많이 불린다. 허허 거참 티나나.

 

 

 


 








 

 

 

 

#7

 라면을 다 먹고 다시 야자수 길을 따라 걸었다. 계속 걷다보니 계곡이...! 숲길이...! 게다가 날씨는 어느새 이렇게 좋아진 것인가?! 계곡이 바닷물과 만나는 곳에 가보니 이 근방이 '대륜유원지'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바다를 보며 계곡 물놀이를 할 수 있다니 엄청난 매력이다.

 

 

 

 

 

 

 

 

 

 

 

 

 

 

#8

 한참 감동을 받다가 게스트하우스 내 지도에 있던 카페를 가보자 하고 걷기 시작했다. 이것이 고생의 시작일 줄이야... 처음 지도를 볼 때

 좀 걷겠구나 싶었지만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걷는다는게 쉽지 않았다. 아 그리고 중간에 맞은 편 길이 예뻐보여서 새어나간게 체력소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뭐,체력이 안 따라줘서 그렇지 걸어다니는 것 자체는 좋았다. 골목골목을 따라 지도를 찾지 않고 발 길 가는대로 걷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여행길에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순간들 중 하나는 한적한 길을 걷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함정은 카페가 예상한 위치보다 조금 더 멀었다는 것. 실제 거리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을 듯 한데 더위와 오르막길에 진이 빠진 내겐 너무나도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 화나진 않았지만 단단히 숟은 표정을 지은 상태에서 '이건 없어진 걸꺼야'라고 포기할 때 쯤. 올레길 산길 중간에 카페가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예쁜 모습으로♡ 하지만 왠지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까지 가보고 싶어서 카페 정원을 지나 계속 올레길을 걸었다. 계단과 또 다른 계단을 지나 바다를 눈에 담고, 만족스럽게 카페로 돌아왔다. 블루베리 뭐시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진짜 있었다!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휴대폰 충전을 시킨 뒤, 음료가 나오자마자 쭉쭉 마셨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다. 왠지 더위를 먹은 것 같다. 힘들고 피곤하고 기력없고... 그래서 일기도 거의 못 쓰고 나왔다. 마감은 8시, 나온 건 7시20분.

 

 



 

 

 

 


 

#9

 정거장 쪽으로 걸어 올라와서 버스를 타고 제주 올레 시장으로 향했다. 저녁 간식거리나 좀 살까 하고.. 가능하다면 토마토나 오이같은 것도. 검색해보니 오메기 떡이나 한라봉 관련 음식들, 치킨, 분식 등이 유명했다. 가능하면 모닥치기를 먹어보고 싶었으나... 인간적으로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오메기 떡과 숙소로 돌아가면서 먹을 닭강정과 사이다만 사서 들어왔다. 제주의 밤은 어둠이 짙은 밤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인이 없고, 가로등이나 건물 빛이 있긴한데 뭔가 참 깜깜하다 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일산은 밤에도 너무 밝지.


 닭강정과 오메기떡을 먹으며 숙소로 돌아와보니 생각보다 사람소리가 났다. 아마 만실이었던 것 같다. 짐만 놓고 체크인을 하지 않아서 카페로 내려가 체크인을 하고 안내를 받았다.

 

 이 곳의 분위기는, 아니 이곳의 분위기라기보다는 카페에 들어서며 느낀 분위기는 내 생각보다 여성스러운(?) 분위기였다. '내 생각보다'가 중요한게 아니라, 난 원래 그런 스타일이 좀 불편하다. 막자란 나에겐 너무 어색한 분위기. 당해히도 불편한 건 나 혼자였고 모두들 여행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카페에 들어갔을 때 오메기떡 봉지를 보고 격한 반응을 하시는 분이 있었다. 오메기떡 이야기를 하던 중이셨나? 팥고물 하나를 빼먹긴 했지만 난 이미 배가 부르고 나머지 견과류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서 드리고 나왔다. 내일 아침에 먹으려 해도 이미 아점 메뉴가 정해져 있는 상태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음식은 맛있게 먹을 사람이 먹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게 오메기떡에게도 보람찬 것 아닐까. 나보다는 즐겁게 드셨길 바라며~


 

 

 

 

 

 

 






#10

 방으로 돌아와 재빨리 씻고 침대에 누웠다. 9시였나. 그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미친듯이 졸음이 왔다. 최대한 오늘을 지금 기록하려 했으나. 실패. 아, 그리고 친구들끼리 온 분들이 되게 잘 얘기하시더라. 나는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데ㅎ 전화통화 내용도 궁금하지 않은데ㅎ 깊은 밤은 아니었지만(무슨 말이지. 대체 무슨 의미로 쓰고싶었던 걸까) 조용한 분위기라고 해서 이곳을 선택한 나에겐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보고 일기를 쓰니, 더 졸리고 멍해졌다... 그냥 졸림.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은 다른 여러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함께 묵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상황/이미지/기억이 좌우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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