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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제주

2015 6월의 제주 - 첫째날

by 저널리 2017. 5. 25.

2015/6/13 토요일


#1

현재 시간 오후 1:23

나는 지금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엔젤리너스에서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앉아있다.

어젯밤 큰 손해 없이 비행기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 표가 있어서 15:20표를 취소하고 13:00 표를 끊었다.

취소 수수료에 차액까지 18,000원의 손해가 있었지만 협재 해수욕장에서의 시간을 얻었다.

그런데. 어제 옷 사러 돌아다니다 허탕치고 들어와서 치킨 먹고 짐을 싸다가 새벽5시의 동이 트는 것을 보았다..

예상 기상시간은 7:30이었으나 깨어난 건 8:30..

게다가 어제 진짜 필요한 것들은 아무것도 못 사서.. 아침에 모두 사야하는 상황이었다.

그와중에 염색..도...


생각해보면 다른게 아니라 옷이 가장 문제였다.

메고 다닐 수 있는 무게와 부피는 한정적인데 늘 그렇듯 입을 만한 옷을 다 가져가서 골라입는 내 습관 때문에.. 고르지 못했다.

새벽까지 짐을 싼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이 옷 저옷 싹 다 꺼내보고, 입어보고 하며 시간을 낭비.....가 아니라 소모했다.

5시까지 그 짓을 했는데도 결정을 못해서 늦었다.

심지어 렌즈를 사러 나갔다가 더위를 체감하고, 있던 옷을 뺀 뒤 치마를 넣었다. 어떻게 입을지 알 수 없지만..

치마가 하나도 없을 순 없어! 라며 집어넣었다. 

언니의 긴 치마는 사랑스럽지만 생각보다 부피가 나가서 제외당하고,

나의 아름다운 베트남 치마는 여행길 걷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에 짐에서 빠졌다.

수 십번의―쓸데없는―고민과 선택 끝에 메고나온 베낭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덩이로 느껴졌다.

왜 옷을 포기하지 못하는거니ㅠㅠ


하지만 최고의 복병은 짐 리스트에 적지 않아도 이미 가방에 드러누워있는 책2권이다.

'당연'하다는 생각에 무게고 부피고 고민없이 넣었는데... 한 권만 가져왔어야 했다. 하하 얼른 읽고 버릴까 하하하

(이 여행 그리고 몇 번의 나들이 이후로 왠만하면 책을 가져가지 않는다. 책은 캐리어 혹은 자가용이 있는 여행길이나 집에서 편하게 읽는게 정신건강과 집중에 좋다)


아, 아직 중요한 얘기가 안나왔구나

진작 안사고 잊고 있다가

다른데 정신 팔려있다가

결정하지 못하고 짐을 싸다가

새벽에 잠들어 한시간 늦게 일어난 나는

아침에 그것들을 다 감당하느라 12:50에 공항 카운터에 도착했다.

항공사 언니의 대답은 이미 마감되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25분 전까지는 도착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난 10분전에 카운터에 서 있었다.

그리하여 비행기를 놓쳤고, 지금 국내선 3층 엔젤리너스에 앉아있다.

다행히 추가금액 없이 다음 비행기 예약이 가능했지만 시간은 14:45...

맨 처음 비행기인 15:20보다 35분 빠르긴 빠르다만. 협재에서의 여유는 없을 예정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스트레스 받진 않는다.

평소를 돌아보면 후회의 후회는 기본이고 미친 사람처럼 자책하며 괴로워했는데, 오늘 제주에 못갈 수도 있었던 이 상황에서는 괜찮았다.

버스를 타고 올 때도 약간의 초조함이었지 그것 때문에 괴롭지는 않았다.

비행기는 잘 몰라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버스는 다른 시간대의 버스들을 끊임없이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으니까.

아니면 애초에 15:20 비행기였고, 사실 협재에 가서 딱히 할게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터미널에서 밥을 먹고 협재로 갈지, 협재나 숙소 근처에서 밥을 먹을지 고민해봐야겠다.

숙소에 갈 때 쯤이면 열려있는 가게가 없을 것 같지만.

 

 

 

 

 

 

 

#2

비행기를 혼자 타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14:45 비행기를 타려면 비행기 입구까지 14:30 쯤 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내해주시던 분이 14:30까지 탑승구 1번으로 가라고 했던게 비행기 입구 번호인지 몰랐다.

첫 입구부터 보안 검색대를 지나 탑승입구까지 그렇게 길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특히나 1번이 제일 끝에 있는지 몰랐다. 다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커터칼을 소지한 채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으나 색연필을 깎아야 한다며 당연하게 챙겨넣었다.

그리고.. 발권한 승객이 제 시간에 오지 않을 경우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고,

공항에 내 이름이 울려퍼지는지 몰랐다. 이건 몰라도 되는 건데..

비행기를 혼자 타본 적이 없어서.. 알게되었다. 하아아아 무지한 자여.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보안검색대를 지난 뒤 화장실에 들렀다 갈까 생각도 했었다.

정말 짐 싸서 집으로 돌아올 뻔 했다.

 

 

 

 

 

 

 

 

#3

비행기는 역시 이륙할 때가 제일 재밌다. 놀이기구는 무서운데.

게다가 흐린 구름 위로 올라오니 하늘이 맑다―날이 맑다, 하늘이 맑다 라는 표현이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

감동 받아서 눈물이 다 날 지경+미친미소

안정권에서는 우유니 사막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시야가 드러났다.

돌아올 때는 밤비행기지만 벌써 기대가 되는구나

 

 

 

 

 

#4

덧붙이자면 승무원분들이 너무 멋있었다.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화장과 비율, 동작들도 거의 화보를 생중계하는 줄.

비율도 엄청나서 조각상이 걸어다니는 것 같았다. 아름다우시다고 육성으로 내뱉을 뻔 했어.

 

 

 

 

 

 

 

#5

비행기에서 내린 뒤 의자에 앉아 멍 때리기를 했다.

딱히 계획이 없기도 했고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는지, 몇 번을 타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있었다.

사람들 오가는 것 구경도 하고 몇 번을 타야 하는지 검색도 좀 해보며.

(당시 메르스가 터진 직후라 공항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들어오는 이들에게 무료로 손세정제를 나눠주었다)

 

90번 - 제주서중 - 잘못내림(오일장) - 걸어서 제주서중 - 700번 안오는곳.. - 702가 오길래 냅다 탑승

- 제주는 목적지를 얘기한 뒤 카드를 댄다 - 협재해변 도착. 날이 흐리다

 

금능해변까지 몇 분 안되길래 걸어봤다. 아무리봐도 지난 번에 왔던 곳이 협재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걷기 참 좋은 길이구나 싶었다. 날이 흐려서인지 초록이 짙었고, 앞머리를 날려버리는 그 바람이 좋았다. 한 초등학교의 입구가 너무 좋아서 주춤하다 들어갔다. 입구부터 학교 건물까지 쭉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시작으로 학교를 빙 둘러 이어지는 길이었다. 입구에 길을 설명하는 내용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여러가지 길의 이름이 있었다. 이런 학교라면 매일 가고 싶을거야ㅠ(아니다 공부는 늘 재미가 없다)

건물 뒤로 난 길까지 모두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어서.. 아니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엄청난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앞에만 둘러보고 나왔다.

내가 여길 또 언제와!! 하는 아쉬움이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꽤 넓더라..

그리고 다시 걸어서 금능으로 향했다.

 

 

 

 

 

#6 협재-금능-재릉초등학교

 

 

 

 

 

 

 

#7

상모리 이교동.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주민조차 많아보이지 않는 동네에 내렸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걸어가보니 말도 안되게 게스트 하우스가 나타났다. 공간도 조명도 사진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예뻤다.

 

버스에서 내리며 느낀 것.

제주 버스여행의 숨은 매력은 한 정거장 먼저 혹은 나중에 내리는 것이다.

한 정거장이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걷기도 좋고, 길과 골목의 모습도 좋다. 시간에 쫓기는 것만 아니면 계속 해봐야겠어

 

 

 

 

#8

숙소가 사진으로 본 만큼 예쁘다. 깨끗하고!

내가 배고픈 상태가 아니란 것만 빼면 참 좋을 듯.

('배고픈 상태인 것만 빼면' 배가 고파서 미쳤었나보다. )

아까 아무거나 집어넣었어야 했던 걸까.... 하 배고파.

공항에서의 커피를 마지막으로 여행 마지막 날 풍림다방까지는 커피 금지를 선포하려 했는데.. 허허허

언제부터 이 나라가 이 시커먼 국물을 먹었다고!!

배가 고파서 예민하다... 위야 버텨줘.. 내일은 3끼 다 먹여줄께

 

 

 


#9

배고픔을 부여잡고 카페에 앉아 내일 계획 겸 쉬고 있는데 노래가 참 좋았다.

처음 가는 곳에선 가능하면 음악을 듣지 않는 편이라 여행 중에는 많이 듣지 않았지만,

지금도 종종 제주여행 생각이 나면 듣는 음악들.

-Flower Dance_DJ Okawari

-Machino Tsuki(기다리는 달)_Depapepe

-봄처럼 내게 와_블루파프리카

-앵두_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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