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가 지루해져 관뒀다가
그리워서 다시 남겨 두는 여행기록.
2016/12/6 화요일
- 무언가를 쓰기도 전에 머릿속엔 할 말이 가득하다
- 어젯밤.
거실의 수다에 11시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더워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거실 소음이 끝난 뒤 잠든 것으로 보아...
잠 들 타이밍이 거실 모임과 겹쳐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감기기운+늦은 취침+스트레스=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 했지만 2시에도 4시에도 계속 깼던 터라 결국 6시에 일어났다.
대체 집에서는 어떻게 그리도 풀잠을 잘 수 있는거지.
아무데서나 잘 잔다고 생각한 것 착각인가...
- 마음에 아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던 중,
하늘을 좀 보고 결정하자 싶어서 거실로 나왔다.
하. 역시 좋은 조짐이 보였다.
여전히 불어닥치는 바람에 창문은 덜컹거리고 바람소리가 실내에서 들릴 정도였으나 죽이되든 밥이되든 나가보자며 채비를 마쳤다.
- 어제도 그렇게 몰아쳤던 바람이지만 살짝 밀리는 느낌이 들어 으억 하고 걷기 시작했다.
숙소를 돌아나오니 백구 세마리가 나를 반겼다.(아마도)
어제의 기억으로 인해 최대한 모른 척 하려 했으나 어제 패거리들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들고 있는 피자 때문인가 해서 숨겨보았으나 소용 없었고,
뒤돌아보기를 반복하며 걷다보니 한 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제 그 차가 있던 곳까지 오니 다른 한마리도 사라졌다.
- 제일 선이 곱게 생긴 한마리는 도통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밭을 가로지르는 비포장길에 접어들어도, 내가 피자를 다 먹고 산길에 접어들 때까지도 계속 따라왔다.
뒤돌아서 가라고 하면 가만히 서서 딴짓을 했다...
어디서 딴청을 부리고 있어!!ㅋㅋㅋㅋ
바람이 초속 11m로 찍힌 것 까지 봤다ㄷㄷ
- 걷다보니 얘가 나를 쫓아오는 건지 내가 말동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등대로 가는 산부터는 앞서가며 나를 기다렸다ㅋㅋ 뭐지ㅋㅋㅋ
- 등대에 가까워질수록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바람은 정말 열심히 몰아치고 있었고.
빛은 있지만 어둑하던 구름으로 다홍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군데 군데 구름이 있어서 더 장관이었고 그 구름을 벗어나 해가 등장하자 아주 진한 햇빛이 등대공원을 물들였다.
- 아 그리고 등대에 도착할 때 쯤 다른 백구 한 마리가 나타났다.
(뭐냐 이건!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중간에 사라진 그 백구인 것 같다)
- 멍멍이들은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이라 조마조마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내 묵직한 몸무게에 다행스러운 순간. 허허
아름다운 순간을 만끽하며 폰카와 필카를 번갈아가며 찍고있는데 아...
필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분도 숙소에 두고온 상태라 결정적인 순간에만 찍기로:)
바람이 좀 심하게 불긴 해. 그치?
구름 사이로 깊은 빛이 들어 반대편까지 닿는다
눈이 부신 동행
바람을 피해 사진을 찍느라 건물 옆에 서 있는 중에
어랍쇼
누가봐도 보호해주려는 것 같았던 일행
믓찐녀석..!!
단톡방에 이 바람과 빛을 전달 해주고 싶어서 영상도 찍었는데
어디갔지 그건.
어느 한 순간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다시 뻗어나가는 빛
그 사진이 그 사진 같아 보이지만
곳곳에 멍멍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다 올릴 수 밖에.
부서지는 빛
-이 시간을 방해하는 또 하나, 계속 울리는 전화......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다가 결국 받아보니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셨다
식사시간이라는 내용인가 했는데 그런게 아니었다.
막배가 9시에 떠나니 서둘러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뭣이???!!!
바람이 무척 거세다 싶긴 했지만 마라도 배가 안뜰 때 우도는 뜨길래, 여긴 웬만하면 괜찮구나 했는데..
괜찮지가 않았다.
오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은 짐을 싸서 섬을 나가야한다..!
하하..ㅎ....
그 때부터 걸어온 길을 거슬러 달리기 시작했다.
체력이 그지라 전력질주는 힘들었지만...
함께 달려주는 멍멍이도 둘이나 있고, 뒤를 따라오는 햇빛은 어찌나 진한지ㅠㅠ
내가 이걸 두고 달려야 한다니!!
이 장면을 두고 떠나야 한다니!!
라고 소리지르며 달렸다ㅠㅠ
실제로는 은빛 물결이 일렁이기에 찍었는데... 폰카의 한계.
바다가 보이는 마을
역시나 한참 먼저 가 계시는 분
늠름한 일행
풀들은 연두색이나 초록색이 아닌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떠나야 한다니..!!!!
빛이 깊어지니 구조감이 두드러진다
- 부지런히 서두른 덕에 제 시간에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챙겼다.
머리감을 시간은 없고, 세수 양치 선크림만 간신히 해치웠는데
밥도 못먹고 가서 어쩌냐고 하시며 볶은 땅콩과 귤을 놓아두고 가신 사장님ㅠㅠ
어젯밤 소음이 작년 송당에서의 게하와 오버랩되어 다시는 안와야지 했는데...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래 거실이랑 멀리 떨어지게 자면되지ㅠㅠ
사장님이 태워다 주셔서 무사히 도착한 선착장
정신없는 아침이지만 사진은 계속 찍는드아아
여전히 빛은 눈부시고
안녕 우도야ㅠㅠ
사장님이 주신 땅콩과 귤에게 인증샷을 남겨주었다
기상특보로 인하여 운항이 중단되었습니다
'♪ > ~jeju 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 12월의 제주 - 셋째날 오후 (0) | 2018.07.18 |
---|---|
2016 12월의 제주 - 둘째날 (0) | 2017.08.28 |
2016 12월의 제주 - 첫째날 (0) | 2017.08.15 |
2016 1월의 제주 - 당일치기 (0) | 2017.08.14 |
2015 6월의 제주 - 둘째날 (0) | 2017.05.26 |
댓글